생각- 육과 영의 관계 속에서
- 새예루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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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육과 영의 관계 속에서
그리스도인들 간의 소위 이분설 삼분설 논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박형룡 박사의 교의신학 전집 인죄론에 보면(49-61쪽), 소위 이분설(영혼, 몸)과 삼분설(영, 혼, 몸) 논쟁은 초대교부 때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주제는 우리의 신앙을 좌우하는 핵심진리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닛사의 그레고리가 삼분설을 지지하고,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분설을 주장하더라도 그 자체로 정통 또는 이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각자 신앙 양심을 따라 자신의 선택을 가질 자유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삼분설 쪽을 선호합니다. 물론 이분설을 지지하시는 분들의 주장 근거와 삼분설에 대한 반론 내용들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깊이 묵상하는 중에 최소한 다음 두 구절들이 말하는 진리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고 또 그것을 체험까지 가져감에 있어서 우리의 영과 혼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1. 로마서 8:6 –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
위 구절에서 ‘육신’(flesh)과 ‘영’(spirit)이 각기 다른 두 가지임은 분명합니다 (이 둘은 개역성경이 기초한 헬라어 원문에서 각각 명사형임). 문제는 사망과 생명을 좌우하는 ‘생각’이 그 둘 중 어느 것의 일부인지 아니면 제 3의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생각이 우리의 육신과 항상 붙어 있는 어떤 것이라면 위 본문에 의거하여 볼 때 우리는 늘 영적 사망을 맛볼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그 생각이 우리의 영과 늘 붙어 있는 어떤 것이라면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항상 생명과 평안이 넘쳐나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체험에 따르면 우리의 생각은 위 두 경우와 달리 어떤 때는 육체에 두어지고 또 어떤 때는 영에 두어집니다. 즉 하루에도 몇번씩 영적인 사망과 생명의 맛봄 사이를 오고 가는 것이 저를 포함한 하나님의 자녀들의 일상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이것은 [생각]이 [육]도 아니요 [영]도 아닌 제 3의 독립된 어떤 것임을 말해 줍니다.
그렇다면 생각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존 칼빈은 자신의 로마서 주석에서 여기서의 생각(the minding)을 ‘마음의 상상’ 또는 ‘이성, 이해력, 애정과 같은 혼의 모든 기관들을 포함한 것’( that under this word are included all the faculties of the soul-reason, understanding, and affections)이라고 정의합니다(칼빈주석vol.xix, 베이커 북 하우스, 1979. p 285).
2. 마태복음16:24 –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 말씀대로 실천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 갈망이 있을 때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위 구절이 말씀하는 [자기를 부인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즉 부인되는 ‘대상’인 자기는 무엇이며, 그것을 부인하고 주님을 좇는 ‘주체’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바로 윗 부분인 23절을 볼 때 부인되어져야 할 ‘자기’(himself)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 바로 그 생각'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를 부인 하는 주체는 우리의 거듭난 영(요3:6) 즉 주와 합하여 한영(고전6:17)된 바로 그 부분입니다. 쉽게 말해 생각이 새로와지는 과정을 통해 새사람(새나) 부분이 주체가 되어 옛사람(옛나) 부분을 부인하는 것입니다(갈2:20, 엡4:22-24).
부연 설명: 물론 위 구절에서의 자기부인은 꼭 생각의 부인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주님이 ‘내 원함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함 대로 하옵소서’(마26:39) 라고 하신 것에서 볼수 있는 의지(will)의 부인, 또는 ‘세상을 사랑하지 말라(요일2:15)에서처럼 무엇을 사랑하는 감정 (emotion)의 부인으로도 자기 부인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위 구절에서 부인되어야 할 대상은 우리의 거듭난 영이 아니며 현재 변화를 체험해 가고 있는 우리의 혼(생각, 감정, 의지)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입니다(롬12:2, 고후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