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나눠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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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어깨 옆쪽으로 웃자란 근육덩어리

 

며칠 전에 아내가 어깨 옆쪽으로 한 번 만져보라고 해서 만져 보았습니다. 헌데 뭔가 툭 튀어나온 근육덩어리가 잡히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이거 어떡해야 하지, 수술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하며 특유의 헛헛 소리를 내며 웃는 것이었습니다. 만지는 나도 속으로 윽!하고 놀랬습니다. 하지만 반 농담으로 '마누라님 어깨가 신랑보다 더 근육질이라'며 같이 웃고 말았습니다.

 

뭐 울 수도 없으니까, 차라리 웃는게 나을 겁니다. 영광의 근육이니까요. 그뒤로 나는 가끔 아내의 어깨 옆쪽으로 웃자란 근육덩어리를 만지며 헛헛 웃곤 하는데, 아내도 좀 쑥쓰러워하면서도 같이 맞받아 주곤합니다. 

 

사실 몇달 전에도 아내는 팔뚝부분 근육에 이상이 생겨 근육주사를 맞으러 다녔습니다. 침을 여러차례 맞고도 효과가 없었는데, 근육주사를 맞고 괜찮아졌습니다. 한번 주사에 비용도 제법되는데, 주사가 매우 아팠는가 봅니다. 아파서 못 맞겠다고 그래도 세 번인가 맞았습니다. 의술이 좋긴 합니다. 그뒤로 몇달이 지난 저녁에 팔뚝 주사 얘기를 물었더니, '그랬던가?' 합니다. 원, 사람이 무던하기는...

 

만으로 구 년 정도 학생들하고 같은 건물에 살며 쉴 새 없이 밥을 해댔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았던 때가 아마 사십 명이었던가, 매일 홀로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외지 나와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 마음을 안정되게 하려면 '집밥 먹이는게 제일이다'라며 시작했던 일이었습니다. 나야 기껏 음식 날라다 주는 정도밖에 할 게 없었으니, 그저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야 툭하면 학생들 부르고 '와서 밥 먹으라'고 하면 그만이었지만, 뒷감당은 항상 아내 몫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분명 아내도 힘들어 할 때가 있었습니다. '학생들 부르려면 미리 얘기나 해주면 좋겠다'고 했지만, 오가다 눈에 보이면 불러야 할 때가 많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려움을 호소할 때도 있었지만 매번 즐거운 마음으로 밥상을 차려주었습니다. 더구나 집에만 있지 않고 자기 일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더욱 만만치 않았을텐데, 분명 남편을 잘못 만났습니다.

 

수 년이 지났을 때 아내 보기가 너무 안쓰러워, '요즘 학생들은 밖에서 맛집 잘 찾아다닌다'며 '밥 한 끼에 감사할 세대가 아니니 이제 아침은 그만하자'고 다그쳐보기도 하고 채근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오고가며 학생들 볼 때면 '밥이라도 먹고 다니는가 싶나'라며 다시 시작하곤 했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아내의 마음이 참 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학생 때 객지에서 어머니같은 분들이 해주시는 집밥 때문에 교회 생활 안으로 사로잡혔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저희에게 이런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몇 년을 지낸 학생들이 감사편지 남기고 갈 때면 모든 노고가 내려집니다. 다시 얼마 뒤에 여전히 옛 기억을 떠올리며 과일봉지 들고 다시 찾아오는 학생들을 대할 때면, 가슴이 또 한 번 뭉클해집니다. 

 

이제 저희 가정도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이 여정을 마칩니다. 곧 조그만 아파트로 이사를 갈 예정입니다. 사실 여럿이 살다보니 살갑게 대해주지 못해 서운한 마음 가진 학생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한없이 앞섭니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같은' 사랑을 주지 못했습니다. 주님께서 보혈로 덮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아내도 좀 쉬었으면 합니다. 주님은 곧 다른 여정을 주실 것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때에도 여전히 교회를 섬기며 수고하는 중에 발견되길 원합니다. 주님께서 어떤 여정을 예비하셔도 저는 동반자가 있어 좋습니다. 제 일생에 제일 잘한 일 중에 첫 번째는 주님을 만난 것이고, 두 번째 잘한 것은 교회를 알게 된 것이고, 세 번째는 반자씨, 동반자인 아내를 만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글쓴이 : 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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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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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자 2021.01.02. 21:39
출처 : https://blog.naver.com/given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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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ester 2021.01.02. 21:46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이 주안에서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항상영안에 2021.01.04. 13:08
형제님 가정이 봉사하시던 곳에서 떠나 이주하신다할 때 이런 사정은 몰랐는데 참으로 먹먹함이 있습니다.
저의 초창기 때 청지기방으로 초대해주시고 격려 상품(댓글, 성경)도 주시며, 교통 가운데 "형제님, 교파 배경이 없이 주님을 알고 섬기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하신 말씀 아직도 뇌리의 일부를 점유하고 있어요^^ 늘 신선하시고 새로우신 주님의 새로움이 형제님 가정에 편만하게 퍼지며 은혜의 단비를 내리시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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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21.01.05. 13:57
아멘!이라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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