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들의 누림글 모음 장소 ^^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둘이 걷는 연습 중입니다.

첨부 1

 

cos_02.jpg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삽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부득이 하게 남을 위해 자신이 제한받아야 할 때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이는 불평과 불만으로 이런 환경을 받습니다. 또 어떤 이는 잘 받아 주되 나중에 생색을 내거나 공치사를 합니다. 또 어떤 이는 묵묵히 자기 희생을

하되 그런 환경이 자꾸 반복되면 나중에 폭발해 버리는 식으로 받습니다.

가끔씩 어떤 이는 이 모든 과정에서 어울려 살 줄을 알며 남을 사랑으로 배려합니다.

 

1.

 

미국에 와서 1년 있다가인가 두 번째 이사 간 아파트는 12 유닛 밖에 없는 작고 아담한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바로 옆 집이 LSM에서 봉사하시는 미국 형제님 댁이었습니다.

그 부부가  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배움과 돌이킴이 있었습니다.

형제님은 퇴근 하고 들어오면 자매님으로부터 아이를 인계 받습니다.

늦게 얻은 아이라 귀엽기도 하겠지만 하루 종일 아기와 씨름했을 자매님을

배려 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기를 유모차에 끌고 세 식구가 가까운 공원으로 저녁 산책을 나가는 모습은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이런 저런 가족의 필요를 채우다가 자매님과 아이가 일찍 잠 자리에 든 후 형제님은 추구를 하시다가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융통성 없기로 소문난 저에겐 형제님의 가족에 대한 배려가

깊은 인상을 새겨주었습니다.

 

2.

 

결혼 전에 여행을 할만큼 한 사람과 여행이라곤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만나 살았습니다. 해 본 사람에겐 그거 그리스도에 비하면 '별 것 아니지만', 안 해 본 사람에겐 '별 것'일 수 있습니다.

 

총각 때는 '싸 돌아 다니기'를 좋아 했습니다. 군대 있을 때도 휴가 보름을 나오면

집엔 왔습니다 하는 첫날과 갑니다 하는 마지막 날만 머물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친구들 만나고 혼자 폼 잡고 여행다니고 그랬습니다. 한번은 군복에 군화를 신고 쌕 (자루) 안에 양말 두 켤레, 시집 두어 권, 원고지와 볼펜을 넣어 달랑 짊어 지고 강원도 쪽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 차림으로 울산 바위를 오르기도 하고, 영랑호 수면 위로 석양 빛이 물든 모습을 혼자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군복입은 군인이 버스 안에서 원고지를 꺼내어 끄적거리는 자기 모습이 꽤냐 특이하고 고상하다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빛 가운데 되돌아 볼 때 그게 다 객기를 부린 것이었습니다. 물론 인생을 살아 가는 동안 거치면 좋았을 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식의 '고상한 방황'이 더 이상 고상해 보이지 않음을 본 이후 오랜 동안의 '나 다님'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되었습니다.

 

3.

 

'그거 예전에 나 다 해봤는데, 별거 아니야 '로 누르고 모르는 척 넘어가길 십 수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엔 잘 참는 것 같더니 어느 시점이 지나니까, '당신은 다 해 봤으니까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난 안 그래' 식으로 나왔습니다. 교회 생활이 다 바쁜데 그럼 나 더러 어떡하라구. ...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었습니다. 주위 지체들의 자문도 받고 또 길을 찾아 보니

아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새벽 집회를 마치면 아침 6시 15분 정도입니다. 주말이라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잠자리에 있을 시간이 아니면 깨어 있어도 주말 아침 한 두 시간은 어영 부영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 40분 만 차를 몰고 나가면 태평양이 나옵니다. 같은 장소라고 해도 이른 아침에 그런 곳에 가면 또 색 다른 맛이 있습니다. 둘이 한적한 해변을 걷다가 아침을 먹고 집에 돌아와도 오전 9시 밖에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노동절 연휴지만 새벽에 집회소에 갔다가 아침을 먹고 둘이 인근 공원을 걸었습니다. 공원 호수 위로 뿌연 물 안개가 피어 오르는 모습이 일품이었습니다.

 

"우리 이번 겨울에 언니(형부) 오면 이곳에 모시고 올까? "

"아휴 모시고 갈 곳도 많네...."

이 정도의 아부성(?) 발언은 예전의 저라면 꿈도 못 꿀 것임을 아마 알고 있을 것입니다.

 

본은 오래 전에 보았지만 정작 실행은 이처럼 뜸을 들이고 시간이 흘러야 조금 맛 볼수 있으니...'무뚝뚝한 한국 남자'는 죽고 둘이 걷는 연습을 하는 '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갓맨'이라....

 

 

글쓴이 : 갓맨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 황색경보 적색경보
    지체를 만나는게 부담스럽다 --- 교통의 문제가 있든지 자백이 부족함입니다. 지체를 만나니 괴롭다 --- 어느 한쪽이 본의든 아니든 상처를 주고 있거나 시험에 빠졌음입니다. 지체가 미워진다 ...
  • 회개하는 시간
    지난주는 크게 주님께 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매일아침 우리에게 주님의 말씀이 빛이 되는 것이 은혜와 긍휼입니다... 주님을 첫(Best)사랑에서 떨어지면 등잔대(간증)을 옮긴다는 말씀이...
  • 훈련 졸업생 섞임에 다녀 와서
    주말에 훈련 졸업생들 섞임이 사역원에서 있었습니다. 처음에 신청을 해 놓고 여러가지 고려가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주님께 가져 갔을 때,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자아라는 것을 비춰주었...
  • 훈련된 자아와 생명의 성숙
    며칠 전 자매와 교통하다가 우연히 "훈련된 자아"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이 "훈자"는 "성숙된 생명"과 그 모양이 아주 흡사하여 여간해서 구분이 힘들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훈자가 위장된...
  • 휴거된 뒤의 삶
    휴거된 믿는 이들이 어떤 보상을 받게 되는가 어떤 환경에 처하게 되는가를 주의깊게 보아야하는 것은 그들의 이 땅에서의 삶이 어떠했기에 선택받고 들림받았는가에 대한 암시가 그것에 있기 ...
  • 흐름을 가져오는 것은..
    • 유진
    • 조회 수 10089
    • 15.06.17.16:18
    흐름을 가져오는 것은 작은 생명입니다. 그 작은 생명이 하나의 길을 얻고 또 하나의 길을 얻고 섬세한 안의 느낌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씩 갈 때 어떤 목적도 없고 어떤 의도도 없지만 빨리 ...
  • 흑백 논리
    흑백 논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은 안 좋은 의미로 쓰일 때가 많은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편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쪽 저쪽도 아니고 중립인 사...
  • 흔들리는 사람들
    라헬은 언니와 경쟁하여 빌하를 내세워 아들을 낳았고 합환채도 의지해 보지만 하나님이 태를 여십니다. 레아는 안력이 부족하여 소심하고 순종하는 듯 보이지만 동생과의 경쟁에 있어서 실바를...
  • 희년에도 시간의 제한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가로수에 붉은 물이 들어가는 것이 하루가 다릅니다. 새로운 천년인 이천 년이다 뭐다 요란법석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천 하고도 공공 팔년입니다. 엊그제 가지 위에 겨우 새싹이 나...
  • 희생인지도 모릅니다.
    • 유진
    • 조회 수 15449
    • 14.09.10.09:22
    댓가가 없어도 사랑할 것인가? 보상이 없어도 섬길 것인가? 알아 주지 않더라도 고난을 받을 것인가? . . . 주님은 우리의 일을 한 번은 이런 길로 인도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라도 우리가 ...
  • 힘겨운 씨름을..
    • 유진
    • 조회 수 11239
    • 16.01.19.15:26
    생명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여기 저기서 땅 위로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많이 나왔고 어떤 곳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어떤 곳은 조금 나왔지만 그 위에 바위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