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의 자취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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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의 연수는 저의 작은 아이 나이만큼 되었으니 20년도 넘은 것입니다.
다시 들어와 살기로 하고
리모델링을 하면서 부속품들도 바꾸고 칠도 다시 하고
살면서 커텐도 달고 블라인드도 달고 하면서 조금씩 더 꾸며가면서도
이 낡은 인터폰은 바꾸지 못한건지 안한건지...........
아마
밖에서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면 새삼 이 인터폰을 쓸 것도 없는 작은 집이기에
불편할 것도 없이 지내서였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젠 이 집엔 더이상
아이들이 기고 걷고 자박자박 뛰어다녔던 옛날 분위기는 남아있지 않지만
옛날 사진과 이 낡은 인터폰이 이 집의 나이와 역사를 증거?하는 유일한 물건이 된 거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과거의 자취가 남아있는 것이 하나쯤은 남아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이 인터폰은 바꾸지 않고 남겨두기로 했네요.
원래 리모델링을 하면 꾸지한 옛날 것을 남기지 않고 완전 새집으로 바꾸는게 정석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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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의 삶의 궤적을 남기려하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는 것은 새삼 사람의 취미만은 아닌 듯 싶네요.
믿는 이로서의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최초의 구속을 받고 살아가면서 긴 구원의 과정을 겪는 동안
사람에게 여전히 조금씩 남아있는 육과 그 약함과 낡음의 한계들은
때로는 아직도~라는 탄식으로 우릴 절망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떠한 데서 구원을 얻었는지
우리가 어떠한 위험과 한계안에 있는지
잊지 않도록 하며
또한
자고하며 교만하지 않도록
그래서 교만하여 타락했던 과거의 누구의 행적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여전히 끝까지 남겨둘 필요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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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온전히 이루었다고 말할 만큼의 누가 있다고 하더라도
썩어질 몸의 한계를 여전히 느끼는 한
그는 겸손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말입니다.
미루어 짐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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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어쩌면 새 예루살렘에도 과거의 행적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품 하나쯤은 남아있지 않을지......................
글쓴이 : morning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