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인가 수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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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사도행전을 읽어 나가다가 한 곳에 이르렀을 때 읽기를 멈추고 잠시 머물렀습니다.
사도 바울이 이방에서의 전도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야고보를 비롯한
예루살렘 교회 장로들이 그에게 말한 대목입니다.
"저희가...바울더러 이르되 형제여 그대도 보는 바에 유대인 중에 믿는자 수만 명이 있으니
다 율법에 열심이 있는 자라."(행21:20).
지상에 출현한 최초의 신약교회인 예루살렘 교회(행8:1) 안에 "율법에 열심이 있는 수만명의
믿는 이들" 이 있다는 사실은 몸의 머리이신 주님께 자랑일까요 아니면 수치일까요?
이어지는 구절들은 "율법에 열심이 있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엿보게 해 줍니다.
"네가 이방에 있는 모든 유대인들을 가르치되 모세를 배반하고 아들들에게 할례를 하지 말고
또 규모(customs)를 지키지 말라 한다 함을 저희가 들었도다. 그러면 어찌할꼬..우리가 말하는
이대로 하라 .(나실인) 서원을 한 네 사람이 우리에게 있으니 저희를 데리고 함께 결례를
행하고..."(21:22-24).
위 말을 볼 때 '율법에 열심이 있다" 는 말은 신약시대에 신약교회의 구성원으로 있으면서도
여전히 모세를 높이고, 할례를 행하고, (율법의) 관습을 지키고 민수기에 나오는 나실인의
서원을 실행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신구약의 혼합으로 보고 누룩없는 떡인 그리스도의 몸 안에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금 중립적인 시각은 오랫동안 유대교 배경을 가졌던
사람들이 예수를 주와 그리스도로 믿어 신약교회의 일원이 되었으나 과거를 미처 씻어내지
못한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모세나 할례나 나실인이나
다 성경에 나오는데 뭐가 잘못되었나 라고 생각하는 시각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분별하시는지요?
참고로 저는 바울이 자기에게 유익하던 것까지도 다 배설물로 여기고 오직 그리스도만을
얻고자 했던 신약경륜의 그 관점에 비춰볼 때 이것을 혼합과 혼잡으로 봅니다. 특히 이것이
예루살렘 교회 인도자들의 시각이요 제안이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합니다. 즉 같은 주님의
종들이지만 바울과 베드로 그리고 야고보는 신약의 경륜을 이해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시각차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갈2:11-14).
이런 분별은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계 인도자들을 향해서도 동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