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편도선 붓는 것도 낫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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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생활 초기엔 제가 뭘 주장하고 밀어붙이기를 잘 했습니다. 특히 이거다 싶으면 그냥 단순하게 믿고 절대적으로 실행해 버립니다. 그 표준에 못 미치면 누가 되었던지 주님 덜 사랑하는 것이고, 게으른 것이고, 절대적이지 못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80년 대 후반으로 기억됩니다.
한 번은...집회소에서 함께 모여 새벽집회를 해야 한다고 제가 강하게 주장하고, 봉사집회에서 그렇게 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벌써 오랫동안 습관으로 굳어진 아침 시간을 앞으로 당겨 조정하는 일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말 먼저 꺼낸 죄로(그 땐 정말 안에서부터 부담이 있어서^^) 당연히 앞장서서 본을 보이고.. 둘쭉 날쭉 하거나 미적 미적 하는 지체들을 한 보조로 전진하도록 독려하는 악역을 스스로 자처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바늘 가는데 따라가야 할 실이 잘 움직여 주질 않는 것입니다. 전 날 저녁까지 아무 일 없는 듯이 있다가도 아침에 새벽집회 가자고 깨우면 몸이 아파서 오늘은 못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몸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편도선이 부었다는 것입니다. 편도선이 부었다구? 그런게 뭔데... 생각보다 강단이 센 저는 별로 아파 본 경험이 없어서 그저 꾀병을 부리나보다 생각하고 불만 섞인 표정으로 집을 나서곤 했습니다.
또 한 번은 교회에서 온 성도들이 문 두드리기 실행 식 복음전파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부부가 한 조가 되었습니다. 주일 집회 끝나고 점심 먹고 나가서 할당된 지역의 아파트를 1층부터 4층까지 오르내리며 문을 두드렸습니다. 시집오기 전엔 친구들끼리 걸으면 걸음이 빠르다고 핀잔을 들었다는데 저는 걸음이 더 빠르니 매일 뒤로 쳐집니다. 편도선이 부은 날은 느린 걸음(?)이 더 느려졌습니다.
아니, 아내는 돕는 배필이라고 '서엉경'이 분명히 말했는데... 돕기는커녕... 주님께 부담 받고 달려가는 남편을 사사건건 잡아 당기기나 하고... 우리 가정이 주님께 더 헌신되고 전적으로 쓰임 받지 못하는 것은 100% "잡아당기는 사람" 때문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내 판단이 백 번 옳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참 이상한 것은 이처럼 주님께 헌신적이고 절대적인 "이 사람"이 말하고 행할 때마다 다른 지체들은 눌려지고 죽어갔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같이 사는 사람부터....
주님의 긍휼로 가족과 떨어져서 몇 개월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자신의 지난 과거의 교회생활, 가정 생활을 되돌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바로의 준마와 같은 생활을 살았음이 뼈져리게 느껴졌습니다. 지칠 줄 모르게 힘은 세고, 고집도 세지만 문자 그대로 '바로의 병거를 끄는 준마'(a company of horses in Pharaoh's chariots)(아1:9)였습니다.
만일 주님이 집사람의 편도선 붓는 브레이크로 속도를 그나마 늦추지 않았더라면 저의 좌우충돌하는 말발굽에 여러 사람 더 죽어 나갔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 때 저의 융통성 없는―깊은 속의 기름부음의 영을 따르지 않는―교회생활 때문에 상처받고 눌림 받았던 사랑스런 지체들에게 그저 죄송하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특히 편도선을 무기로 육탄으로^^ 제 속도를 저지하던 사람에겐 더 미안합니다.
'주의 일'(고전15:58)이라는 것이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주인의 포도원에 심겨져 땅으로부터 양분을 빨아올리고 여름 내내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어 얻은 포도즙을 남에게 쏟아 부어 그로 하여금 기쁘게 하고, 배부르게 하고 그 사랑에 취하게 하는 것임을...
역시 아침에 아래 빌립보서 말씀을 누리면서 이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었습니다.
'...거기로서 구원하는 자(the Saviour)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그가...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의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케 하시리라'(빌3:20-21).
주님이 우리의 죽었던 영을 살리셨고, 이제 온갖 환경을 통해 자기만 아는 우리의 혼을 변화시켜 가시고 계십니다. 그뿐 아니라 장차 주님 다시 오실 때 죄로 상하고, 약해지고, 쉽게 병으로 고생하는(특히 편도선) 우리의 몸까지 그분의 영광의 몸과 똑같이 구원하실 것입니다. 주님은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의 구원자이십니다. 오늘 아침도 깊은 속에서 구원자이신 그분을 의지하며 그분의 다시 오심을 앙망 합니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22:20)!
글쓴이 : 갓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