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기름으로 볶은 김치
- 관리자
- 11330
- 0
마땅히 가지고 놀 장난감도 없던 시절...방과 후 집에 오면
책가방을 마루에 내 던지고 뒷동산으로 들로 내 달았습니다.
마침 뒷동산은 야트막해서 고만 고만한 아이들이 겅둥대고
뛰어다니고 숨바꼭질하고 뒹굴며 놀기에 알맞았습니다.
서울 도심까지 무장공비가 진입해서 나라 전체를 한번 들었다
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이 아이들 놀이터에도 군데군데
참호가 생기고 토오치카가 만들어졌습니다. 게다가 가슴높이
만큼 파진 참호 연결도로망까지 생겼으니...더 신나했습니다.
그런데 토오치카 부근 길목에 산초나무가 있어서 정신없이
놀다보면 가시에 옷이 찢기거나 손등을 긁혔습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에 이 산초열매로 짠 기름을 넣고 볶은 김치찌개의
특이한 향과 맛은 가히 일품이라 지금도 가끔씩 생각납니다.
사실은 오늘 아침도 아내가 끓여놓고 나간 김치찌개로 아침
밥을 먹으면서 문득 그 산초기름 넣고 볶은 김치찌개가 떠
올랐습니다. 물론 집 사람이 만든 것도 맛이 있지만 어릴 적에
조성된 것이 이처럼 어떤 계기가 있을 때마다 삐죽 고개를
내미는 것입니다.
이 조성의 문제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한 친구 어머님은 말씀
하실 때 말끝을 조금 끄는 버릇이 있으십니다. '왜 그래' 를
'왜 그래애~' '임마'를 '임마~아~'로 발음하는 식입니다.
친구가 그런 식으로 말을 했는데 어느 날 친구집을 방문해보니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고 계셨습니다. 물론 그 동생이나
누님도 그런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이처럼 특히 어릴 적에 우리 몸에 밴 음식이나 언어습관이나
생활태도 등은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 내면에 조성되어 잘
고쳐 지지가 않습니다.
어제 한 형제님 댁에 가서 어떤 의료기기로 건강검진을 하면서
또 이 조성의 문제가 생각났습니다.
중금속이며 간접흡연으로 인한 니코틴 등이 우리 몸에 한번
축적되면 잘 나가지 않고 나이를 먹어도 그대로 있으면서 이런
저런 부작용과 병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해독'을 위한 어떤 조치가 필요하거나 좀 더 '건강한
음식'을 오래 먹어주어 조성을 바꿔주는 소위 '재조성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몸이 당기는 것을 거부하고, 몸에 좋은
것을 의도적으로 먹어 우리 몸이 건강하게 재조성되기까지는
많은 인내와 굳은 의지가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영적인 것도 매 한가지였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예수를 믿게 되고...그동안 자신만을 있는대로 표현하며
살다가...그런 자아를 부인하고 그리스도만을 표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니 그게 하루 아침에 안 되니 조바심이 날 수밖에요.
그러나 이런 일일수록 마음만 급하여 조바심 낸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기존의 낡음과 더러움의 독소를 씻어 내는 길을 찾아
내어 매일 쉬지 말고 꾸준히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지 않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 아침에 지체들과 찬송을 부르면서 다음과
같은 후렴에 그 길이 들어있음을 보았습니다(839).
"주님의 피 내 모든 죄 씻고 주님의 생명 날 새롭게 해
주님의 약속 위에 서 있으니 죄가 날 결코 범치 못하리."
주님의 피, 주님의 생명, 주님의 약속...이것만이 우리 자아를
표현하고 심지어 사단의 본성을 표현하던 우리를 새롭게하여
하나님을 표현하는 질그릇들이 되게 할 것을 확신합니다.
글쓴이 : 갓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