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들의 누림글 모음 장소 ^^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하늘에 속한 이상

첨부 1


308547.jpg



제 나이가 벌써 이런 얘기를 꺼내면 안될 것 같지만..


며칠 전에는 사무실 서고에 무엇을 찾으러 갔다가
가만 있어보자, 내가 왜 여기를 들어왔었더라......
아 그렇지, 내가 무얼 찾으려고 왔었지.
그런데 무얼 찾으려고 들어왔지.. 생각만 하다가
그냥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이름하여 건망증).


살다보면 도저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싶은 것도 서서히 현실이 되어 가는가 싶습니다.
차에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내리는 일은
최소한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좁은 아파트 주차장이라서 가로막아놓은
저의 차 유리에 적힌 제 핸드폰을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 받더라고 하면서
급하고 화난 얼굴로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는
아주머니 앞에서 얼마나 무안했는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지나가는 생활이나 일은
한계가 있는 기억력 앞에 희미해져 버립니다.
영원히 기억될 것 같은 일도
시간의 마취제는 슬며시 무효로 돌려놓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칠순이 넘은 어머니가 기억이 떨어진다고 걱정하시면서도
어릴 때 옆집 누가 개떡 먹다가 목에 걸린 일이며..
옛 추억을 말씀하실 때 보면 기억이 그렇게 좋으실 수 없습니다.
가끔 가다 툭 던져나오시는 말씀은 모두 옛 추억들입니다.


시마다 때마다 생각나는 기억나던 것도
필요한 어느 순간에는 잊어지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할 광경이 있습니다.
그 때 그것은, 이상하게 갈수록 자꾸 또렷해져만 갑니다.



지식은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하는 어떤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잊으면 지식이 되질 못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이상은 사로잡는 어떤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해도 생각나고, 저것을 해도 떠오르는 것입니다.


잊지 않기 위해 애써 붙들어야 하는 것이 지식입니다.
그리스도에 관한 지식도 어떤 의미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행여 잊을까 붙들지 않으면 유독 그리 쉽게
건망이 발동하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지식은 이상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이상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지식일 뿐입니다.
(지식이 필요없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상이 없다면 성경은 교리와 지식들의 책일 뿐입니다.
사로잡힌 이상이 성경을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책이 되게 합니다.


바울은 '하늘에서 보이신 이상을 내가 거스르지 아니하고'
(행26:19)라고 했습니다. 그가 본 이상이 그의 일생을 통제했습니다.
앉아 있어도 떠오르고, 서 있어도 생각나고
누워도 떠오르고, 장막짓는 일을 해도 생각나는 것이
그에게 하늘에서 보이신 이상이었습니다.
그가 본 이상은 그리스도와 몸된 교회였습니다.
그것이 그의 일생을 작은 부분까지 통제하였던 것입니다.


운동장에 금 그린다고 냅다 엉덩이 치켜들고
목표(이상)를 쳐다보지 않고 그린다거나
한번 쳐다보고 내쳐 그려나가기만 한다면
다 그린 뒤 금은 비뚤어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짜피 우리 인생은 목표를 향해 금을 그려갈 뿐입니다.
뒤돌아 보았을 때 비뚤어진 금 그리기가 아니게 하소서.
한번 이상에 사로잡힐 뿐 아니라, 매일 이 이상에 사로잡히게 하소서.


오, 주님.. 나를 사로잡는 그런 이상이 과연 있는지요.
앉아도 생각나고 누워도 생각나는 이상이 내게 심겨졌는지요.
옆에서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해도 쉽게 자신의 상처만을 돌보고
조금만 성취하는 것이 있어도 교만이 목에 올라오는
'땅에 속한 것'이 나를 점유하고 있지는 않았는지요.
주여, 일생토록 사로잡힐 이상을 주시옵소서.
흔들릴 수 없는 그리스도와 그 몸된 교회의 이상을 주시옵소서.



글쓴이 : 민하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다음글 : 신언..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 하나님의 권속, 우리들은 식구
    이번 주말에 한적한 곳에 가서 리프레시할 필요가 있었는데 어느 가정으로부터 초대 받았습니다. 정말 한적한 곳에서 맑은 공기를 쐬며 좋은 교제를 가졌습니다. 저희 부부 안에 신선함이 부족...
  • 하나님의 긍휼로 긍휼히 여기기
    이 세상은 긍휼이 없는 세상입니다. 남과 남 사이도 그렇고 혈육간에도 그렇고 가만 보면... 긍휼히 여김이 부족합니다. 다 자기의 어떠함을 기준으로하여 그 기준에 다른 사람이 따라오길 바랄...
  • 하나님의 달리기
    <하나님의 달리기> 그는 화실에 있었다. “있었잖아?”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왔는데도 그를 보자 화가 났다. 나는 그의 화실을 둘러보았다. 오랜 동안 작업을 하지 않은 게 분명...
  • 하늘에 속한 이상
    제 나이가 벌써 이런 얘기를 꺼내면 안될 것 같지만.. 며칠 전에는 사무실 서고에 무엇을 찾으러 갔다가 가만 있어보자, 내가 왜 여기를 들어왔었더라...... 아 그렇지, 내가 무얼 찾으려고 왔...
  • 하늘이 저렇게 파란데....
    이미 지나간 사건을 객관화 시켜 놓고 보면 저런 바보들이 있나 싶은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창세기에 나오는 몇몇 이야기들입니다. 얼른 생각나는 것이 소돔과 고모라 성을 멸...
  • 하루밤 꿈같은 혼인날의 잔치를 위하여...
    사람들의 관심은 어쩔 수 없이 자기자신에게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신의 승리 자신의 헌신 자신의 성숙 자신의 뭐 뭐 뭐... 결국 자신 자신 자신 이 글자가 들어가고야 말이 되는 그 단계...
  • 하루살이 인생
    유난히 해무리가 인상적인 여름날, 어느 저녁 무렵 베짱이와 하루살이가 감나무 잎사귀 아래서 놀다 헤어지며 인사를 나눕니다. 베짱이: 오늘 재밌었어, 내일 놀자 하루살이: 내일이 뭔데? 다음...
  • 하이, 폴
    아침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빈 깡통이나 플라스틱류를 수집하는 중국계 미국인 노인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인도네시아 출신 화교인데 미국에 오래 사신 시민권자라 거의 미국인같습니...
  • 한 가지를 제시하는 처음과 마지막
    전체 성경은 1,189장으로 되어 있는데, 성경의 처음 두 장과 마지막 두 장은 상당히 일관성이 있는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두 장들은 한 가지 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명나...
  • 한 명의 환자로서...
    • 유진
    • 조회 수 10064
    • 15.04.22.15:02
    우리는 어쩌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떠나 주님과 일대 일로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그러했듯이 바울이 아라비아 광야에서 그러했듯이 우리는 너무도 사람을 의식...
  • 한 방울의 물로써
    어쩌면 커다랗게 보이는 불일치도 그 처음엔 조그만 차이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한 오리만큼이나 멀어 보이는 간격도 그 처음엔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균열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릅...
  • 한 사람이 구원받기까지
    우리 각 사람이 구원받기위해 주님이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안다면 그 배후에서 역사한 그림을 일일이 다 기록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성경이 그런 모든 것까지 다 기록하지는 않으니까요.... 에...
  • 한 알의 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그리스도는 한 알의 밀 독생자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많은 아들들을 얻어 맏아들...
  • 한 종류의 사랑만이..
    • 유진
    • 조회 수 22223
    • 14.05.19.11:16
    강도는 우리 것을 빼앗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세리는 우리 것을 탈취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많은 사람들이...
  • 한의원에 다녀 왔습니다.
    재작년엔가는 왼쪽 어깨를 상해서 근 1년을 고생했는데, 올해는 오른 쪽 어깨 근육이 상했는지 자주 시큰거립니다. 사실은 두 달 전인가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석 바로 뒷 좌석에 있는 책을 무리...
  • 할 수 없음..
    주님은 아십니다.. 이제까지 할 수 없음을.. 수 없이 고백하며.. 여기까지 왔음을... 그런데.. 더욱 할 수 없음을 느끼는 것은.. 산이 더 높아져서인가.. 골이 더 깊어져서인가.. 아님, 참으로 ...
  • 함께 병원으로 갑시다
    주로 교회 생활을 오랫동안 매우 신실하게 하고 있는 성도들 안에 숨어 있는 하나의 고질병이 있습니다. 형제자매님들! 우리 함께 병원 안으로 필사적으로 들어가서 진단을 받고 오래된 이 고질...
  • 햇살 밝은 창가에
    주님, 매일 청소를 해도 이렇네요.. 밝은 햇살 가득한 거실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았답니다. 유독 이곳에 있으면 모든 먼지들의 움직임을 보게됨으로 청소를 더하게 된다는 것을 ...
  • 향낭
    당신의 귀한 죽음은 썩어지는 사람의 악취가 아닌 사랑스러운 고통이 있었던 몰약의 향기입니다. 당신이 흘리신 피는 유월절 문밖에 발랐던 피같이 달콤한 여운을 남기는 육계의 향기입니다. 당...
  • 허락된 실패
    여러 사람을 대하다 보면, 각양 각색의 상황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것에 대응하는 자신을 바라보다 보면, 그야말로 씁쓸한 느낌이 나오는 것을 어쩌지 못합니다. 사람과 상황을 통해서 자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