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들의 누림글 모음 장소 ^^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영천역 대합실도 처지에 따라...

첨부 1

 

598006.jpg

 

 

어릴 때부터 여행을 동경해왔던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방학을 이용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에 설악산을 등반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나름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그 해 겨울
설악산 등반은 젊은 날 기억에 남는 일 중에 한 가지 입니다.


그 때는 완행열차로 여행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으로,
오후 늦게 동대구역을 출발한 저는
다른 기차로 갈아타기 위해서인지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대구 인근 영천역 대합실 바닥을 안방처럼 편안하게 누리며
여행으로 흥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많은 이들이 한가롭게 혹은 바쁘게 오고가는 그 중에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처럼 보이는 한 청년도
나처럼 영천역 대합실 바닥을 안방삼아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몇 십분이 흐른 다음, 기다리던 기차를 타기 위해
개찰구를 빠져 나가던 나는 아까 보았던 그 청년으로 인해
잠시 생각 속으로 빠져 들게 되었다.


<나는 설악산 가는데 저 사람은 왜 저기 계속 있어야 하지?
그래 갈 곳이 없구나...
언제까지 저 차가운 대합실 바닥을 앉아 있어야 하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같은 대합실 바닥에 앉아 있었지만,
나와 저 청년의 처지는(그 청년이 갈 곳 없는 신세라면)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 청년과 내가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둘 다 청바지 차림에 나는 등산 점퍼를,
그는 진한색의 외투를 입었을 뿐,
차이 나는 것이라곤, 나는 오늘 아침 세수를 했고
그는 몇 날 세수를 하지 못한 것 뿐 아닌가?
내일이면 나도 세수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처지라,
실제로 외관상 그와 내가 다른 것은 없다.


그런데, 나는 분명히 즐겁고 행복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는 즐거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왜 나는 즐거운가?


나는 지금 여행 중이며 차가운 영천역 대합실 바닥은
여행 중 내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일 뿐 아니라
나의 여정은 눈 덮인 아름다운 설악산과
끝없이 펼쳐지는 태백 산맥의 장엄함을 보는 것이 아닌가.
그뿐 아니라 나의 여행이 끝나고 나면 부모님이
나를 반기시는 따뜻한 방이 있는 내 집이 있지 않는가?
아무리 추운 설악산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나에게 기대와 설레임을 줄 뿐,
나에게 슬픔을 주지는 못하리라.


여행이 끝나는 내 집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안식을 주는 것인지.....
그러나 그 청년에게는 돌아갈 집이 없다. 그는 소망이 없다.
아니, 그에게도 소망은 있었다,
바로 영천역 대합실이 그의 소망이다.
영천역 대합실이 그의 소망이요,
더 이상 갈 곳도 바랄 곳도 없는 종착역이었다.
차가운 영천역의 대리석 바닥은 얼마나 그에게 고통이며 슬픔일까?


젊었을 때 체험한 이 장면은,
세월이 흐른 다음 구원받고 새 예루살렘의 소망을 간직한
내게 많은 것을 보여주는 그림이 되었다.
나는 이 땅에 소망을 둔 사람이 아니다.
내게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누림이 있는
새 예루살렘 이라는 안식처가 있다.
어찌 차가운 대리석이 깔린
영천역 대합실 같은 이 세상이 나를 슬프게 할 수 있는가,
나는 이 곳에 소망을 두지 않았는데...

 

 

글쓴이 : Antipas Lee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 애완동물 세마리....
    주의 회복은.... 모든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으로의 회복입니다. 오늘~ 이러한 모든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으로의 회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에는 우리 안에 우리...
  • 잡초를 뽑다가
    시골에 와서 산지 3년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풀 뽑기가 쉬웠습니다. 배추씨만 뿌리고 풀씨는 뿌리지도 않았는데 어찌 그리도 풀이 많은지....... 선농부인 나로서는 풀을 뽑다가 배추...
  • 무리(無理)하신 하나님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도 가지게 하며. 오리를 가게 하거든 십리를 동행하고...(마5:39-42) 주님! 그건 상식이 아닙니다. 그건 순리가 아닙니...
  • 견고하나 융통성있는...
    한 사람이 주님에 의해 완전히 얻어지는 때는 언제일까요...? 주님을 사랑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또 생각이 주님께 고정된 것으로 만도 부족할 것입니다. 마지막은 사람의 제일 강한 ...
  • 문화 충격을 겪으며....
    아직은 이곳 미국 생활에서 안정된 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이곳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이 익숙하지 못한 까닭인가 보다. 캠퍼스에 성경 공부를 전제로 만난 한 여학생이 자신은...
  • 오, 함께 틀리는 이 비밀이여
    이다음에 커서 교회 피아노 반주라도 시키려고 딸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친지가 올해로 벌써 십년 째가 되는군요. 지난 주말에는 한 선생님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 리사이틀이 있다기에 데려다 ...
  • 다 쌓은 다음 한번은 깨끗이 허물음
    사도바울은 주님께 특별히 쓰임받는 그릇이었습니다. 혹자는 그의 박식함과 풍부한 지적용량에 촛점을 맞추어 또는 그의 놀라운 전도의 열정을 들어 그래서 주님이 그를 들어 쓰셨다고 말할지 ...
  • 관제...
    여름내... 뜨거운 햇빛과 열기와 태풍을 참아가며... 알맹이를 키우고... 대롱 대롱 가지 끝에서... 힘겹게 매달려... 보랏빛 색깔을 띄우게 될 때... 남 모르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멀지 않았...
  • 교회생활에서의 큰 시험
    제목이 좀 그렇긴 하지만, 교회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피해가야 할 몇 가지 덫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권위문제입니다. 여기엔 1) 위에 있는 대리권위에 대한 태도와 2) 자신이 대리 ...
  •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기를 갈망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자기를 부인할 수 없고 자기 십자가를 질 수 없는 존재인 ...
  • 거울이고픈 마음!!
    오! 주예수여 당신이 바라보는 거울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길이 구석구석 지나가며 바라보시고.... 까만 눈동자를 깊이 바라보며 눈 맞추시고..... 당신의 모양과 형상을 그대로 담고있는 거...
  • 발톱 무좀
    오늘은 본의 아니게 무좀 이야기를 좀 해야 할까 봅니다. 1. 많은 때 기도제목에서 어떤 이는 좀 더 신령한 쪽으로 기울고 또 어떤 분은 우리 피부에 와 닿는 자잘한 일들을 하나님께 간구하는 ...
  • 권위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 유진
    • 조회 수 19919
    • 14.12.17.13:54
    우리가 구원받으면 구원받을 수록 우리는 권위를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는 갈수록 사람을 통제하지 않으며 다만 부담을 교통할 뿐입니다. 어떤 사람의 부담을 교통하는 것은 그 안에 통제...
  • 전 주님보다 남편을 더 사랑해요.
    어느 분이 제게 한 말입니다. 남편이 아내가 교회 열심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아내)이 주님을 믿는 것이라고요. 그래 제가 말해 드렸습니다. 자매님, 걱정마세요. 자매님께서는 남편보다...
  • 사랑 가운데 이루어지는 구원
    사랑함으로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들 자신을 주셨습니다. 단지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셨을 뿐 아니라 죽었다가 부활하신 그분 자신을 우리 안에 생명으로 주셨습니다. 마지막 아담이셨던 분 이제...
  • 허비란, 쏟아붓는데 있어 좌절되지 않는 것
    내가 너희 혼을 위해 크게 기뻐함으로 재물을 허비하고 또 내 자신까지 허비하리니 너희를 더욱 사랑할수록, 나는 덜 사랑을 받겠느냐?(고후12:15) 바울이 말한 이 구절을 시간을 두고 깊이 생...
  • 내모습
    지나가다 한번 밟아 줍니다. 마음밭이 너그럽습니다. 가까이 와서 꼬챙이로 찌릅니다 누군지 고개들어 한번 쳐다만 봅니다. 잡초가 있나 호미로 파헤칩니다. 마음밭은 단순함과 잠잠함을 잃어 ...
  •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
    종교라고는 사치스런 사람들의 오락쯤으로 여기는 시골 촌에 있는 학꼬방 집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이가 한번은.... 잠을 자기 전에 본,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생각하였습니다. 이 우...
  •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가...
    선험되어진 영적 체험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그것을 읽고 이해한 것이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닌데 그것은 이미 우리의 것이 되었고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 자신과의 괴리는 너무나 깊고 멀다. ...
  • 하나님의 권속, 우리들은 식구
    이번 주말에 한적한 곳에 가서 리프레시할 필요가 있었는데 어느 가정으로부터 초대 받았습니다. 정말 한적한 곳에서 맑은 공기를 쐬며 좋은 교제를 가졌습니다. 저희 부부 안에 신선함이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