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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딘버러 한 가정의 살아 온 이야기(1)―만남의 시작



어느 날부터인가 직장으로 한 남자가 스윽~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2년 전 제가 입사할 때쯤에 퇴직을 했던 전 강사였는데
몇 번 인사를 했었던 터라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미스리 언니는 그가 아주 주님을 사랑하고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처음 본 그의 눈은 그렁거리는 긍휼을 가득 담고 있었댔습니다...


낮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야간 대학을 마치고..
현대 자동차에 취직을 해서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터였습니다..
그 뒤로 몇 번 학원을 들릴 때마다 인사하고 어쩌고...
우리 목사님 차 바꾸신다고 해서 소개해 드리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2년이 지난 어느 날 보니...


나만 사랑의 패잔병이 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그도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의 패잔병의 흔적이 가득하구만..
그래도 꼿꼿함을 잃지 않으려 겨우 버티고 선 모습이었습니다..


탁월한 세일즈 능력이 있는 그는...?
그 영업소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렸지만..
회식 때 권하는 상사의 술잔을 거부하는 건방죄(?)를 지어야 했고..
속에 다른 열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직장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니..
얼마 되지 않아 탈진상태였다고 합니다...
소나타가 북경의 천안문에 입성하는 날..
그는 굳은 결심을 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헌신하고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신학교에 편입을 했다 합니다...



그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는데...
신학교에서의 교리와 이론들은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실제의 그리스도인의 삶을 이 땅에서 살아내고 싶어하는
그에게 신학교는 안 맞는 옷이었다고 합니다..


4학년 때부터 신문을 돌리고, 우유배달을 하고..
그러고도 가난해서 중학교를 못가고...
금호동에 있던 고등공민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하나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에게 있어 하나님은 모든 것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단추공장을 다니면서도..
경찰서 급사를 하면서도..
새벽잠을 설치며 산동네 우유배달을 하면서도..
그는 성경을 읽었고...
예배당에서 철야를 하고..
새벽기도를 다녔다고 합니다...
믿음이 너무도 절실한 환경이어서...
단 10분도 죄를 지을 겨를이 없이 부지런을 떨어야 했고..
말씀을 읽으며 위로를 받아야 했고..
기도를 하면서 울부짖으며 10대를....20대를 보냈다 합니다...


고등공민학교를 마치고...
서울 공고에 합격해서 야간으로 다니고...(서울 공고가 꽤 유명했다고 엄청 자랑함.ㅜ.ㅜ)
딱 두 달 입시 준비를 해서(처음으로 아버지가 문제지를 사 주셨다고 함)
K대에 합격해서 부모님들을 난처하게 했답니다..(학비를 대줄 형편이 아니시니)
쭉~ 야간학생이였던 이유는 뭐라도 벌어서 생활비를 대야했고...
학비도 대야했고...암투병 중이신 아버님도 돌봐야 했기 때문에...
빈 의자가 있어도 앉지를 않았다고 합니다..졸릴까봐서요..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영어단어를 외우고....걸어다니면서 문제와 답을 외우고....


그런 생활 가운데 하나님이 함께하셨던 실제적인 위로들..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단지 문자가 아니라..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능력이 되는 말씀들인지..
기도할 때마다 섬세하게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들..
이런 것들을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 합니다..


신학교를 나와야만 예수님을 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는 자기가 만난 이 예수님을 전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지, 누구든지 만나고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세상 타이틀을 포기했고...
10년 동안 짝사랑했던 교회 자매도 포기하고...
꾸지지한 모습으로 허름하게 나타났지만...
그의 속에 있는 열정과 믿음이 그를 빛나 보이게 했습니다..


그가 제게 있는 허망한 실연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저는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도 같은 아픔이 있나 보다 하고 가여운 마음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저희 학원에서 직원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군대 갈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들리곤 했습니다...
그와 성경공부를 하고 나면....
예수님을 더 사랑하게 되고...
성경 말씀을 더 읽고 싶고...
더 기도하고 싶어지곤 했습니다...
아~ 이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구나....!
나를 바른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어느 날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 싶다고 했더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게 뭐냐고 묻는 것입니다..
띠~잉~!!
뭐 그런걸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ㅜ.ㅜ..
그런데 그의 그런 질문들은 나를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지 기도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고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게 했습니다....
저는 방황하던 양이 목자를 만난 듯...^^
잘 따르는 아주 순하디 순한 양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어..?
이 남자 더 자주 나타나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두번...세번...
이러면 부담스러운데....? 느낄 즈음...
퇴근하고 차 한 잔 마시자고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직빵으로 맞추는 여자의 직감...어..? 이러면 안 되는데....ㅡ.ㅡ;;


쭐래 쭐래 따라 가보니...밥먹자 합니다...
무교동 뒤쪽 어디께였는데 허름한 한식집...
저는 순두부 시킨다니까...자기는 된장찌개 시켜서 나눠 먹자 합니다....ㅜ.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했습니다...
전 그래도 좀 빼입고 다니는 아가씨였는데...
레스토랑도 아니고.....ㅜ.ㅜ
거기다 밥값 6000원도 다 못 내고 4000원 밖에 없다 합니다..
부족한 돈 보태서 밥값 내고 나오니..
이제 난다랑 가서 차 마시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분명히 돈이 없을 텐데 무슨 배짱으로 난다랑을 간다는 건지...
그래도 처음 밖에서 만나는 건데...
뭐라 뭐라 의견 달 수도 없고....
일단 차를 시키고 마주 앉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비상금 만원을 어떻게 저 사람이 맘 상하지 않게 전달해서
이 찻값을 내게 할 것인가를 궁리하느라...
분위기도, 차 맛도,
뭔 얘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 체..끙끙거렸습니다...


그날의 요점은 제 비전이 뭔지를 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쬐금 낭만적이고, 분위기도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걸 아무 데서나 묻지 않고, 찻집에 갈 생각을 한걸 보면 말이죠..
저는 그동안 기도하고, 또 제가 믿음 생활하면서 추구하던 것들에 대해서
교제하면서 오픈 하우스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집을 열어 사람들을 쉬게 하고,
맛있는걸 대접하고(그 당시엔 감자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믿을 수 있도록 돕고...
주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되게 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말 그대로 비전 뿐이었습니다..
순간 이 남자...
무지 감격해서 감동 그 자체에...
눈이 반짝 반짝...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전 너무 멋있게 말했나...? ^^ 하면서도
생각은 계속 이 찻값을 어떻게 저 남자가 지불하게 할 방법을 모색 중이었습니다....


탁자 밑으로 비상금 만원을 밀어주면서..
찻값 내세요...하고 속삭였더니..
자매가 그냥 내세요...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일어나는 것입니다..
순간 저는 속이 확~ 시원해 지면서...
이 사람은 물질에 대해서 초월했나 부다....
쭈뼛거리고 받는 것보다 당당함이 너무 좋았습니다...(헉~ 정말..?)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조심하고, 전전긍긍해야 했던 제겐
얼마나 멋진 모습이었는지....
멀대 총각으로 인해 쌓인 체증이 한 번에 해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머..?
그날 이후로 이 남자는 저희 학원 일층에 있던 KFC에 매일 출근하는 것입니다...
제가 퇴근하는 저녁 7시에...ㅜ.ㅜ 제가 맘에 들었다 이거지요...?^^
그렇다고 닭다리 하나 못 사주는 겁니다...
스콘만 디립다 사줍니다. 그게 그렇게 맛있다면서...^^


교보에서부터 신촌으로 또 망원동으로..
무쟈게 걸었습니다...걷고, 또 걷고...
저 위에 나열한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때 다 들은 이야기들입니다..
저를 데려다 주고 지하철 타고 집에 가서 또 전화하고...
그 다음날 또 만나고....그렇게 3개월 만나다가...그는 제 남편이 되었습니다...


사실 멀대 총각으로 인해 맘고생 하던 걸 접을 즈음부터..
40일 작정 금식 기도를 했댔습니다...
오전 내내 금식하면서 기도를 했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속끓이는 것에서 해방되도록...
장래 문제...결혼...비전...등등..
그 즈음에 남편이 나타나서는 질긴 악어 이빨로 콱~ ^^
제 기도 수첩에는 배우자에 대한 항목이 딱 하나 있었는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부자이기를 구하기도 그렇고...
잘생긴 사람을 구하는 것도 그렇고...
좋은 직장이 있는 사람이기를 구하는 것도...
좋은 집안의 아들을 구하는 것도...
뭐 여하튼...내가 그런 조건의 사람이 아닌데
배우자를 그런 사람을 달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고..
쑥스러울 것 같아서 못 구했습니다..
어느 날 목사님 설교 중에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 오랫동안 적어 두었던 제목이었습니다...


남편을 만나면 만날수록...
하나님이 제 기도에 신실히 응답하시고 계심을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도의 응답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하였습니다...
남편도 집에서 사면초가였습니다...
보너스 잘 나오는 대기업 그만두고...
목사 되겠다고 하더니 그것도 그만두고..
동생 도시락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2-3천원씩 받아서 뚜벅이 전도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머님이 넌 어디 동거할 여자도 없냐..? 고 했다고 해서...
제가 빨리 이 사람과 결혼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참 그때는 제가 착한 사람이었고, 착한 마음이었나 봅니다...^^


결혼을 하면 구체적으로....
집도 구해야 하고...결혼식도 해야 하고...
어른들께 인사도 해야 하고...예물도 해야 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했더니 걱정없다 합니다..
아버지가 부자시라고 합니다...
저는 속으로 고생을 많이 하시더니 이제는 살만한갑다...^^
아님 어디 땅이라도 많이 사 놓으셨나 보다...
라며 내심 기대를 잔뜩 했댔습니다...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보니..
논현동 어디 반지하에 식구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가내수공업 도시락 장사를 하시면서...
아들들이 오토바이로 배달하는...ㅡ.ㅡ;;


그래도 이 남자 전혀 꿀리지 않고 당당합니다..
그 옛날 금호동 산동네에 비하면 먹을 것도 많고..
돈도 벌고, 식구들도 같이 살고...너무 좋아진 거랍니다...
아버지가 부자시라더니 하고 말끝을 흐리니...
하나님 아버지가 부자시랍니다.^^
그 말이 철석같이 믿어지니...저 또한 쑥맥이 아니면 믿음이 대단하던지..
둘 중 하나인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 시어머니께선 너무 속상하신 듯했습니다...
부모님 얼굴 세워줄 아들이라고 믿었고...
대학까지 나왔으니 집안을 일으킬 거라고 믿었고..
용접하시던 아버님께선 공대 나온 우리 아들이 현장 소장이 되어
아버님의 설움을 한 방에 씻어 주시리라 믿었고..
예쁘고 착한 며느릿감 데리고 올 줄 알았었는데...
며느리라곤 지방 출신에, 대학도 안 나오고...
아버지도 안 계시고....변변한 명함 내밀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하튼 한 쏘가지하는 제가 어머니의 그 서운한 한숨을 다 견뎌가며
그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던 기적(?)으로 인해 저희는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결혼 준비라는 것이 알게 모르게
여자들이 속이 많이 상하고 어려운 일인데..
울 남편...단 한마디로 절 KO시켜 버렸습니다...
자매는 예수님이 좋은가..? 예수님이 주는 선물이 좋은가..?
저는 다소곳한 목소리로 예수님이 좋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신랑이 좋은가..? 신랑이 주는 선물이 좋은가..?
띵~!!
그래서 결혼예물로 서로 반지 하나씩 교환하고 끝! (계속)



  • profile
    새예루살렘 2017.08.05 02:48

    글 내용이 진솔하고 감칠 맛이 느껴집니다.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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