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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해를 정리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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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 간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텍사스 황야의 더위도 이제는 한 풀 꺽이고 제법 손이 시려울 정도로 쌀쌀하기도 하다. 물론 하루 사이에도 기온이 천차만별이다. 여기 사람들 말에, 변하기를 텍사스 날씨 같이 한다는 말도 있기는 하다.


미국에 가족과 함께 이주를 한지도 일년 반이 되었다. 내년 4월 중순이면 만 이년이다(5년 짜리 종교비자로 왔으니, 그 이전에,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른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많은 회한을 풀어 내는데 일년이 걸린 것 같다. 요즘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생긴 감정적인 덩어리들이 많이 해소가 되었다. 아직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곳에서 적응하고 살면서, 이곳에서 주님이 하라고 하시는 것들을 하고자 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김치 없는 밥에도 이젠 제법 익숙해 진다.


내 딸 죠이는 꿈도 영어로 꾸고, 한국어로 성경이라도 읽어줄라 치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영어로 해달라고 한다. 한국인이 한명도 없는 고등학교에서, 대학 교과서 처럼 무거운 책들과 매일 매주 매달을 씨름하면서 일주일에 대략 한번은 써내야 하는 에세이(미국에서 에세이라 함은 그냥 글짓기가 아니고, 굉장히 많은 분량을 읽은 후에 핵심을 정리하고, 주어진 질문에 대하여 요점을 정리해 가는 것이다. 퀴즈라고 하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쪽지 시험들을 말한다. 이런 것이 다 채점이 되어 총점이 된다. 이런 일이 많음으로 미국의 교사들은 늘 바쁘다.)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도대체 내 딸 속에서 무엇이 진행중인 것인가? 무늬만 한국사람이지 하루 종일 배우고, 말하고, 생각하고, 만나는 모든 것이 미국에 속한 것들이니... 이해도 되다가도 문득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래도 한가지, 주님을 엄청 사랑한다는 점은 고맙기만 하다. 이성교제가 너무도 흔해서 교사들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국의 고교에서, 중심을 잡고 학업에 매진하는 딸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한다.


조자매... 사랑하는 나의 아내는 가장 토속적인 한국인인데, 미국에 와서 한국 사람이 아닌 미국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하고, 성경공부를 시키고, 어울리느라고, 과장이 아닌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을 겪어 왔다. 몇달 간은 눈을 자꾸 비벼서 알러지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너무나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으로 충격을 먹어서 그런단다. "에이~~그럴리가 있나"라고 했지만, 몇달이 지나고 나더니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요즘은 두개골이 돌아가면서 콕콕 거린다면서, 자꾸 머리를 마사지하고 난리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정말 조자매의 사고가 혁신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구나 하는 것을 어느 정도 믿게 되었다.


자매의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자매가 집안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현격히 줄었다. 나도 이전처럼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 "거참, 세상은 오래 살고 볼일이다~~" 공자왈 맹자왈 하던 식의 윤리관에 자신을 가두고, 또 암묵적으로 강요된 권위에 대한 강박적인 순종, 사역의 책을 읽어서 머리로 배운 것을 의지로 실천하면서도, 그것을 주님이라고 우겨대며 살던 조자매의 과거 신앙생활을 보면서, 나는 한때, 저사람이 저런 관념의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그것은 주님만이 할 수 있는 기적일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요즘 자매를 보면서, 과연 주님은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한다. 조자매가 가장 크게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생명의 길과 지식의 길'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가? 불면증이 점점 없어져서 요즘은 생활 할 만하다.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요즘 이런 일로 크게 힘들지는 않다. 그런데, 오스틴 권역은 미국 전역에서 알러지 일번지이다. 작년 이맘때 걸린 감기로 엄청 힘들더니, 그 후로 코 알러지가 생기더니, 계속 그 일로 고생이다. 평생 처음으로 이런 알러지로 고생을 다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콜로라도 주 같은데로 가서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먹고 살 직장 때문에 그리로 가는 사람은 그래도 거의 없고, 날씨 탓을 하면서도, 그냥 텍사스에서 눌러 산다. 텍사스라고 다 그렇지는 않고 오스틴 인근이 유독 그러하다고 한다. 주님의 손길이 나를 어렵게 하는 것이 나쁘지 만은 않다. 나는 그 안에서 부활생명을 누리고 싶기도 하다. 잘 안되기도 하지만...


주님에 대한 봉사만으로 말을 하자면, 솔직히 서울에서 전시간 봉사를 하는 것이 훨씬 외적인 업무량으로만 따지면 쉬웠다(아마도 요즘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지 싶다). 그저 집회에서 반짝거리는 것, 봉사 교통에 나가서 발언하는 것이 전부이다시피 했었다(물론 대학생 봉사를 한다고 조금 고생도 하였는데, 그래도 지금과 비교하면 약한 노동(?) 강도이지 않았나 싶다). 여기서는 집회에서 반짝거릴 일도 별로 없고(주일 신언 집회에서 일분반 신언 시간이 전부임. 이점은 장로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5분 여는 교통과 5분 닫는 교통을 하시는 두 분을 제외하면), 전시간들의 봉사교통은, 완전히 사람을 돌보는 실무에 관한 교통과 많은 기도가 전부이다(이 자리는 장로들이 인도하는 자리가 아님으로 장로들도 전시간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런데도 학생들을 돌보고, 돌보는 학생들에게 먹일 영적인 먹이를 준비하느라고, 매일 매주가 벅찰 만큼 업무량이 많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주님이 붙여주는 대로 하다보니 그렇게 된다. 좋아하던 운동도 요즘은 할 기력이 없어서 잘 못한다. 혹시 나이가 들어서인가~~암튼 행복하게 소진되는 생활이다. 그것도 온전히 대학생들을 만나서 양육하는 바로 그일에 말이다. 많은 행정적인 사무나 기획업무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사람을 접촉하고, 양육하는 바로 그 생활...


(여기 형제님들은 나에게 행적적인 사무나 기획업무나 이런 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매우 주의를 하신다. 심지어 무슨 햄버거를 굽거나, 행사를 위한 쇼핑을 하거나, 무엇을 나르는 일에서도 일절 나를 시키지 않는다. 처음에는 섭섭했는데, 요즘은 나의 사람 접촉하는 업무의 과다함에 더 이상의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배려임을 알게된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더욱더 감사함으로 내가 가진 부담을 수행하고 싶어진다. 미국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상대의 수고를 말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결과가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실력을 인정해 준다. 물론 그 인정을 받기까지 약간의 견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력이 확실하면 인정을 해 주는 것이 미국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전시간자의 실력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접촉하는 것,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랑하는 것, 죄인들과 친구가 되는 것,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 담대하게 진리의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순발력,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인내력과 뚝심... 항상 꺼내서 먹이도록 평상시에 잘 누려둔 말씀들...이런 것이 실력이다. 전시간자들은 행정력이나 기획력으로 승부를 걸어서는 안 되고, 걸 수도 없다. 사람들은 그런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그런 사람들을 원한다. 작심하고 사람을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전시간자들은 결국 결과로 말할 것이 있게 된다. 이런 것이 아니라면 왜 우리는 전시간을 하는 것인가(물론 집사로서 전시간을 하는 사람은 예외일 것이다)?


갈수록 장래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야 할까에 대한 대비책이 뾰족히 생각나지가 않는다. 일종의 체념, 혹은 주님이 어떻게 하시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많은 방법과 생각을 대치하는 중이다. 주님이 어떻게 하시겠지...어떻게 되겠지...지금까지 그렇했듯이...


오 ! 주님의 웃는 얼굴이 내 맘 속에서 증가할 수만 있다면...그분을 기쁘시게 할 수만 있다면...내 삶으로 주님을 더욱 더 기쁘시게 할 수만 있다면...나와 내 온 가족이 더욱 주님께 드려질 수만 있다면...그분의 다시 오심의 노선을 재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명의 사람들이 될 수만 있다면...그 모압 여인 룻과 보아스의 이야기처럼...몇가지 큰 일 하기도 원치 않고 어린 아이처럼 대책없이 주님의 뜻을 다만 따르기 원합니다. 때로 울어야만 해소될 장애물이 있더라도, 되돌아 가지 않고 울고나서는 다시 주님을 따라 계속 나아가기 원합니다.



글쓴이 : 빛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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