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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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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의 달리기>

 


그는 화실에 있었다.


“있었잖아?”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왔는데도 그를 보자 화가 났다.
나는 그의 화실을 둘러보았다. 오랜 동안 작업을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가 즐겨 쓰던 이젤 위에 빈 화폭이 덩그러니 올려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그림을 그리겠다고 큰소리치던 그였다.
“꼭 그리고 말겠네. 누가 보아도 감동이 되는 그런 그림을 그릴 거야.
살아있는 그림을 그릴 거야.”


우리는 그의 재능을 믿었다. 친구들은 그의 그림을 좋아했다.
“어쩌다 좋은 그림을 그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지 않아.
늘 좋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 거야.”


우리는 모두 그런 프로 정신을 갖고 있는 화가 친구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초췌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좀 그렸어?”
“아니. 그릴 수가 없어.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내 그림이 너무 초라해 보였어.”
야외스케치를 나갔다가 그는 실의에 빠져버렸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그를 우리는 이해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 자연 앞에서 무릎을 꿇는가.
"그랜드 캐년"의 가장 웅장한 정경이 펼쳐진 곳에서는
그 아름다움에 취해 계곡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 경고 표시를 다 해놓았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말을 하면서 그를 위로해 주었다.
“좀 쉬어. 그러면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야. 서두르지 말고.”
그는 우리의 충고를 고마워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한 점의 그림도 그릴 수 없다고 괴로워했다.


“조물주가 만들고 그려낸 것은 모두 최대의 걸작품이야.
산, 강, ...... 풀 한 포기까지도.
사람이 만든 것은 최고라고 말하는 작품이라도 고치면 더 훌륭해져.
하지만 조물주가 만든 자연은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이 손을 대면 망가지거나 흉칙해져버려.”


우리는 그의 말을 화가의 겸손한 태도라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가 몇 달째 모임에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자기 발전을 위하여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예수에 미쳐버렸다고 한 친구가 그의 근황을 알아왔다.


“자연에 심취된 것이 아니고 자연을 만든 분에게 심취되어 버렸다는군.”
드디어 친구들은 나와 종민이를 대표로 뽑았다.
“도대체 어느 상태인지 네가 좀 만나봐.
우리는 종교에 대해선 모르니까. 만일 이상한데로 빠졌다면 구해야 할 거 아냐. ”


종민이는 우리 중에 제일 논리적인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를 이론가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친구들은 가장 논리적인 종민이와 종교를 연구하는 나를 선정한 것이다.
우리를 보자 그는 반가워했다.
얼굴 가득 차 있는 반가움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우리는 마음이 풀어졌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성경을 읽고 있었어.”
“재밌어?”


종민이가 농담처럼 물었다.
달콤하다고 그는 말했다.
“정말이야. 달콤하다는 표현을 할 수밖에 없어.”


나는 그를 비웃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성경에 있는 말들이 달콤하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설마 성경을 읽느라고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던
모임에 나오지 않은 건 아니겠지?”
대답 대신 그는 씩 웃었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은 우리 모임을 부러워했다.
우리는 모여서 진지하게 삶에 대해 토론했고
가치관과 이상과 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서로의 어려움도 같이 나눴다.


“네 마음에 좋던 나쁘던 변화가 있으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눴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러고 싶었어. 하지만 잘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내가 보고 깨달은 것을
너희들에게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러면서 그는 차분하게 그가 만난 하나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산에 올라갔을 때였어. 산자락에 노란 꽃이 있었어.
그 꽃을 드려다 보다가 문득 이 꽃은
왜 언제나 똑같이 노란 꽃을 피우는 것일까?
어쩌다 핀다면 어느 날은 빨갛게,
어떤 때는 하얗게 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
왜 해는 어떤 날은 한번쯤 북쪽에서 떠서 남쪽으로 지지 않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네.
그리고 난 안 거야. 누군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움직이며 붙잡고 있는 분이 있다!”


“그건 좀 지나친 비약이야.
자연에 법칙이 있다는 건 초등학교 아이들도 알아.”


종민이가 부드러운 말투로 그러나 좀 신경질적으로 그의 말을 잘랐다.


“법칙? 자연스럽게 저절로 법칙이 생겼다고?
그 법칙은 지금도 자연스럽게 생기고 있나?”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구석에 세워 두었던 그림 하나를 가져왔다.


“내 그림은 두 가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네.
이 그림을 그린 화가 최민혁이 있다는 것과 나, 최민혁의 솜씨를 말일세.“


그 말에 우리는 아무 반론도 제기하지 못했다.


“날 봐. 내가 있다는 건 우리 아버지가 있다는 증거야.
자네들은 우리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나를 보고 우리 아버지가 있다는 걸 알지 않나. 마찬가지야.
자연의 그 모든 것이 그것을 만든 분과 그분의 솜씨를 말하고 있네.
성경엔 사람들이 하나님이 안 보여서 못 믿었다고 핑계치 못한다고 써 있더군.”


그의 입에서 너무도 낮선 말들이
튀어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넌 나에게 종교는 아편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어.”


나는 그가 자주 너무 종교에 깊이 빠지지 말라고 충고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그랬어. 하지만 난 종교에 빠진 게 아냐.
종교는 사람이 노력해서 절대자에게 나가는 거야.
그런데 하나님은 나를 찾아 오셨어.
거기다가 하나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달리기를 했다는 걸 알았을 때 너무 기뻤어.”


“하나님이 달리기를 했다구?”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것 봐. 난 성경을 10번도 넘게 읽었는데 그런 말은 처음 듣네.”


그는 가까이에 있던 성경을 펴서 내게 내밀었다.
누가복음 15장이었다.
누가복음 15장이라면 성경을 보지 않고도 내용을 줄줄 외우는 장이었다.
처음부분엔 목자가 잃어버린 양을 찾는 내용이고,
두 번째 장면은 여자가 잃어버린 돈을 찾는 내용이고
그리고 세 번째 장면은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잘 아는 탕자의 이야기였다.


“어디에서 하나님이 달리기를 했다는 거야?”


“여기야. 아버지가 달려온 장면. 넌 알지?
여기에서 목자는 아들 하나님을, 여자는 성령 하나님을,
아버지는 아버지 하나님을 말한다는 것을.
그 못된 아들이 오는 것을 보고 그 전능한 하나님이 달리기를 했다네.”


놀랍게도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난 그다음이 너무 좋아. 제일 좋은 그 옷을 가져오너라.
그 반지, 그 신을 가져오너라. 유감스럽게도
우리 성경엔 정관사 ‘그’가 빠진 채로 번역되었네.
그 동안 얼마나 그 옷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하인에게 그 옷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하인이 어떤 옷이냐고 묻지 않았겠나.”


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한 번도 생각 못했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아버지가 옷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하인들은 물었어야 했다.


“주인님, 어떤 옷을 가져올까요? 반지는 어디 있나요?
신발은요? 송아지는 어떤 것으로 잡을까요”
하지만 하인들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다. 아들이 집을 나간 동안
아버지는 모든 것을 준비해놓고
‘내 아들이 돌아오면 입힐 옷이다.
내 아들이 돌아오면 끼워줄 반지다.
내 아들이 돌아오면 신길 신이다.’라고 하인들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뿐인가, 아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아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자 달려나갔다.
나는 그 동안 단 한번도 이런 다정한 아버지 하나님을 느끼지 못했다.


“난 종교학 박사인 자네보다 성경을 몰라.
아직 전체를 한번도 못 읽었는데 뭘,
하지만 난 길을 잃은 나를 목자로서 찾아오신 예수님과,
지금도 내 양심 안에서 등불을 들고 비로 나의 먼지를 쓸어내는 성령과,
내게 달려와 그 옷을 입히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누리면서 살고 있네.”


“갈게”


갑자기 종민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더 이상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끌리듯 종민이 뒤를 따라 나왔다.


‘또 올게 .“


나는 형식적인 인사말을 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건 진심이었다.
나는 곧 그의 화실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종민이가 옆에 있어서
나는 애써 감동을 숨겼지만, 나는 다시 와서 그에게 말할 것이다.


“자네가 누리는 그 기쁨을 좀 나눠주게.”


난 알고 있다. 동방박사들이 별을 따라 예수를 찾아왔다가 길을 잃고
예루살렘에 들어갔을 때의 일을.
그들이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예수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이 즉시 베들레헴이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아기 예수께 가지 않았다.


나는 그런 대제사장이나 서기관처럼 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부끄럽지만 체면 때문에 밤에 주님을 찾아간 니고데모처럼
나는 살며시 그를, 하나님의 달리기에
눈물을 글썽이는 그를 찾아가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나도 달리기를 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것이다.
나 또한 집을 떠난 탕자이므로... 

 

 

글쓴이 : 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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